해외수주 활성화 방안 놓고 수은-무보 갈등 심화수은 대외채무보증 여력, 무보 보험 인수액 35%→50%시행령 개정 근거가 된 해외수주 무산사례 4건..사실관계 의혹 제기 무보 노조 “시행령 제약과 무관..보증 업무 확대하려 허위정보 동원”수은 노조 “기관 이기주의로 고객사 대외비 유출..책임 물을 것”
대외채무보증 업무를 둘러싼 한국수출입은행(수은)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업무 중복 문제로 수년간 이어져온 갈등이지만 이번에는 소송까지 언급되는 등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보 노조는 수은의 허위정보 작성자들을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은과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국민감사청구를 계획 중이다. 수은과 기재부가 대외채무보증 업무를 확대하기 위해 허위정보를 동원하는 등 국익을 해쳤다는 이유에서다.
수은의 대외채무보증은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해외 사업에서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발주처 등의 채무 원금과 이자를 보증하는 상품이다.
지난 1992년 무보가 수은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주로 보증 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수은의 수주 지원 확대효과를 위해 대외채무보증을 일부 허용하는 것으로 법령을 마련했다.
문제는 이후에도 두 기관의 업무 중복에 따른 마찰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갈등은 지난 7월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비롯됐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수은의 시행령 제약으로 해외 수주가 무산된 사례는 최근 4년간 최소 4건 이상에 121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발언한 것을 전해졌다.
결국 정부는 최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수주 확대를 위해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기존 무보의 연간 보험 인수 금액 중 35%까지로 제한됐던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여력을 50%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여력 확대의 주요 근거가 된 해외 수주 무산 사례가 사실인가 여부다.
무보 노조는 “해당 프로젝트들은 환경문제로 사업 추진이 중단되거나 사업성 부족 등에 따라 기업 자체적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한 건들”이라며 “수은이 주장하는 시행령 제약에 따른 수주 실패의 정황이나 근거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외 수주 무산 사례로 언급된 건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타바메시 화력발전소(한국전력공사·두산중공업), 콜롬비아 보고타 메트로 1호선(현대건설), 베트남 북남 고속도로(SK건설), 필리핀 태양광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삼성물산) 등으로 파악된다.
무보 노조는 해당 허위 정보가 수은 측에 의해 기재부에 보고된 것으로 보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무보 노조 관계자는 “수은의 허위정보 작성자들을 형사 고발할 예정”이라며 “수은이 업무실적 감소를 감추기 위해 허위정보까지 동원해 정책에 반영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수은 관계자는 “관계부처간 사전 협의가 됐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절차까지 다 거친 상황”이라며 “불필요하게 기관 간 업무 영역 때문에 경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공식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은 노조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무보 및 무보 노조의 기관 이기주의를 꼬집으며 날선 비판을 했다. 또 무보 노조가 대외비로 취급된 국내 수출기업의 영업 사항을 공개한 것을 놓고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을 예고했다.
수은 노조는 “최근 개최된 해외건설협회 및 기업체 간담회 결과 우리 수출기업은 해외 프로젝트의 대형화에 따라 금융조달이 수주의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확대 등 금융수단 다변화 및 선택권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무보 및 무보 노조는 이러한 기업의 의견에 귀기울이려는 수은의 노력에 대해 업무 영역 침해로 평가 절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기관 이기주의 및 보호주의로 국민경제를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대외비로 취급된 우리 수출기업의 영업 사항이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수은에 대한 고객기업의 신뢰에 상당한 악영향이 발생될 수 있다”며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며 그 경위에 대해서 철저히 진상을 파악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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