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연승' 가도를 달렸던 무적황소 '갑두'를 결승에서 꺾은 '강투'의 우주는 오히려 미안해했고 '갑두'의 우주는 상대를 치켜세웠다.
이날 우승으로 '강투'의 우주는 상금의 절반을 기탁했다. 준우승한 '갑두'의 우주는 대회 성공을 기원하며 지난달 성금을 쾌척했다. 둘 다 우연히도 같은 500만 원이다.
13일 의령전통민속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은 반전을 거듭했다. 대다수가 '38연승'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고 예선전부터 절대 강자의 위용을 떨치며 결승에 진출한 '갑두'의 무난한 우승을 예상한 느긋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파란이 일어났다. 덩치 큰 두 마리 소가 기싸움을 벌이고 뿔을 세게 몇 번 맞대더니 갑자기 '갑두'가 줄행랑을 친 것이다. 새로운 왕좌로 '강투'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날 드라마를 만든 '강투'의 우주는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의령지회 하욱재 사무국장(45)의 소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갑두'의 우주는 같은 소속의 왕재구 회장(65) 소다. 둘 다 '의령 소힘겨루기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회장으로 사무국장으로 분주히 움직인 주역들이다.
소 크기만큼이나 대장부들의 마음 크기도 달랐다. 하 사무국장은 연신 "누구나가 인정하는 월등한 실력의 소는 갑두다. 갑두가 컨디션에 약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운이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실제로 갑두는 올해 5월 청도에서 이적해 현 우주인 왕재구 회장으로 소유주가 바뀌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왕 회장은 경기 후 "우승할만한 소가 우승했다. 최선을 다한 좋은 경기였다"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강투'는 갑두와 달리 코로나 2년 동안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훈련에만 매진해 상대적으로 힘을 비축한 것이 이번 이변의 주인공이 된 비결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들은 축산 농가의 어려움을 돕고 의령 소 힘겨루기 대회의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을 기부하는 같은 '마음씀씀이'를 보여 지역사회에 훈훈함을 더했다.
한편 이번 '제33회 의령 전국 민속 소 힘겨루기 대회'는 반전의 시합 경기과 더불어 출전 규모, 관람객 수, 특별한 행사까지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11개 지역, 총 186두가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총 5일간 약 7,000여 명이라는 구름 같은 관중이 모였다. 특히 주말과 결승전이 열린 월요일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의령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의령사랑 상품권' 맞교환' 이벤트는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경품권 배부 시 현금 1만 원과 상품권 1만 원을 맞교환하는 것으로 총 2,000장의 의령사랑상품권이 금세 동이 난 것이다.
관람객들은 받은 상품권으로 저렴한 가격에 토요애 의령 한우, 토요애 수박 등 의령 특산물을 구매했다. 관람객 두 명에게는 경품 추첨으로 금송아지 당첨이라는 행운도 가져갔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13일 시상식에서 "소들이 힘을 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우리 군민들도 힘이 나는 것 같다"며 "소 힘겨루기 대회로 인해 무엇보다 지역경제가 튼튼한 힘을 얻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백두급 강투(의령) 이외에 한강급은 화랑(청도), 태백급은 태검(의령)이 각각 체급별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의령군은 추석 연휴 이틀 동안 이번 수상한 소를 포함해 전국의 힘 좀 쓴다는 소를 모아 소 힘겨루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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